갱년기, 밤에 잠 설치는 날이 많아져 바꾼 저만의 저녁 습관 3가지 (ft. 따뜻한 차, 명상 앱)
천근만근,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질 때
"오늘 밤은 제발 푹 잘 수 있기를..."
언제부터였을까요. 침대에 눕는 것이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편안한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의 시작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 눈을 감아도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온갖 걱정과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어쩌다 겨우 잠이 들었다 싶으면, 갑자기 훅- 하고 열이 오르는 느낌에 이불을 걷어찼다가, 식은땀에 오한이 들어 다시 이불을 끌어당기기를 반복합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50대 동년배분들이라면 이 기나긴 밤의 고통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갱년기라는 이름의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제 삶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잠'이었습니다. 낮에는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한데, 밤에는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수면 부족이 며칠씩 이어지니 피부는 푸석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솟구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수면에 좋다는 영양제도 먹어보고, 낮에 억지로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잠을 억지로 '자려고' 발버둥 칠 것이 아니라, 잠이 스르르 '찾아올 수 있도록'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을요.
오늘은 의학적인 처방이나 거창한 비법이 아닌, 지난 몇 달간 제가 직접 실천하며 뒤척이는 밤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던, 저만의 소박한 저녁 습관 세 가지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습관: 몸과 마음을 데우는 '나만의 차(茶) 의식'
젊었을 때는 저녁 식사 후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낙이었습니다. 하지만 밤잠을 설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카페인이 쥐약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커피는 물론이고, 의외로 카페인이 함유된 녹차나 홍차도 저녁에는 피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그 대신 저는 잠들기 한 시간 전, '나만의 차 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 저의 선택, 카페인 없는 '루이보스'와 '캐모마일' 제가 주로 마시는 차는 루이보스와 캐모마일입니다. 루이보스는 특유의 흙내음 같은 구수한 향이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캐모마일은 은은한 사과향이 긴장을 풀어주는 기분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차들이 카페인-프리(Caffeine-Free)**라는 점입니다.
- '마시는 행위'보다 중요한 '준비하는 과정' 사실 이 습관의 핵심은 차의 효능 그 자체보다, 차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전기포트에 물이 끓는 소리를 듣고,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을 때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고, 찻잎이 천천히 우러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는 그 5분의 시간이 저에게는 일종의 '명상'이 됩니다. 하루 종일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워내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죠.
- 따뜻한 온기의 힘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면, 그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갱년기 증상으로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은 뭉쳐있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10분의 ритуал(리추얼, 의식)은 저의 뇌에게 "이제 곧 편안한 휴식 시간이야"라고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습관: 꼬리 무는 걱정을 잠재우는 '스마트폰 수면 비서'
우리 50대에게 스마트폰은 참 애증의 존재입니다.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나쁜 습관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끝없이 이어지는 뉴스 기사, 자녀들이 보낸 메시지, 친구들의 SNS를 보다 보면 뇌가 각성 상태가 되어 잠이 더 달아나기 일쑤였습니다.
처음엔 '그런 걸로 잠이 와?' 하고 반신반의했지만, 속는 셈 치고 '명상' 또는 '수면' 앱을 설치해 본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 시끄러운 머릿속을 비워내는 방법 제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수면 이야기(Sleep Story)'와 '가이드 명상(Guided Meditation)'입니다.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동화나 여행기를 읽어주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나를 괴롭히던 걱정거리들은 저 멀리 사라져 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 스마트폰을 '도구'로 활용하기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저는 자기 전, 미리 들을 콘텐츠를 정해놓고 화면은 완전히 끈 채 이어폰을 낍니다. 시각적인 자극을 차단하고 청각에만 집중하면, 뇌가 훨씬 빨리 안정 상태로 접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나에게 맞는 소리 찾기 사람의 목소리가 싫은 날에는 '자연의 소리'를 듣습니다. 잔잔한 빗소리, 모닥불 타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등을 틀어놓으면 마치 고요한 숲속이나 시골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이 앱들은 저에게 더 이상 잠을 방해하는 요물이 아니라, 든든한 '수면 비서'가 되어주었습니다.
세 번째 습관: 잠이 찾아오기 좋은 '침실 환경 만들기'
마지막으로, 잠이 들고 싶게 만드는 물리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아무리 몸과 마음이 준비되어도, 침실 환경이 불편하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빛과의 전쟁 선포, 암막 커튼 저는 빛에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가로등 불빛이나 새벽에 스며드는 여명에도 쉽게 잠을 깨곤 했죠. 그래서 과감하게 침실 커튼을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바꿨습니다. 외부의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나니,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한 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과 TV를 보지 않는다'는 저만의 규칙을 세운 것도 푸른빛(블루라이트)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입니다.
- 체온 조절, 서늘함 유지하기 갱년기 열성 홍조(핫 플래시)를 겪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갑자기 열이 확 오르면 이불을 다 걷어차게 되죠. 그래서 저는 침실 온도를 항상 약간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유지합니다. 그리고 얇은 이불과 조금 두께가 있는 이불을 함께 준비해두고, 체온 변화에 따라 덮거나 걷어내며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 향기로 마무리하는 밤, 라벤더 필로우 미스트 이건 저만의 작은 사치이자 기분 전환 방법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베개와 이불에 라벤더 향이 나는 미스트를 두어 번 뿌려줍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마치 고급 스파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마침표 역할을 해줍니다.
나를 돌보는 다정한 시간이 주는 선물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습관들을 시작했다고 해서 매일 밤 기적처럼 곯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어떤 날은 뒤척이고, 어떤 날은 새벽에 눈을 뜨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잠에 대한 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잠 못 드는 밤을 불안과 짜증으로 채웠다면, 이제는 '괜찮아, 잠이 안 오면 따뜻한 차나 한 잔 더 할까?', '좋아하는 수면 이야기나 들어볼까?' 하며 스스로를 다독일 여유가 생겼습니다. 잠과의 싸움을 멈추고, 잠을 부드럽게 초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죠.
우리 몸이 큰 변화를 겪어내는 이 시기,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 스스로를 좀 더 다정하게 돌봐주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잠 못 이루는 당신의 머리맡에도, 따뜻한 찻잔과 편안한 이야기가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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